47. 너희도 떠나고자 하느냐?

예수님이 폭풍우 치는 갈릴리 바다 위를 걸어 제자들에게로 오고 계십니다.

 “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안드레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얼굴 가득 불만을 드리운 사람들의 표정. 그들 역시 자신들과 똑같이 말씀을 듣고, 기적을 겪으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된 사람들이다. 비록 열두 명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자신들만큼 열심을 가지고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 그런 그들의 입에서 불평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비록 도발적인 내용이지만, 안드레는 그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예수님은 벳새다 근처의 빈 들에서 그 많은 사람을 먹이고도, 여전히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으셨던 것이다. 그때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예수님은 그들을 피해 혼자 다시 산으로 오르실 정도로 나라를 세우는 일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런 예수님의 태도 때문에 유대인의 독립왕국이 세워질 것을 학수고대하던 사람들은 점점 지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포함한 열두 제자들도 풍랑이 이는 갈릴리 바다 위를 걸어오신 예수님을 보지 못했다면,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라는 말씀을 듣지 못했다면, 그들과 합세하여 똑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을지 모른다.

 안드레는 지금까지의 일을 회상해 보았다.


*  *  *


 자신을 비롯한 열두 명의 제자들이 전도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그분의 죽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헤롯 안티파스가 예수님에 대해 불안해한다는 소문까지 전해주었다. 안티파스는 세례 요한을 죽이고 난 다음 두려워졌는지, 예수님을 세례 요한이 다시 살아난 분으로 오해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세례 요한이다. 그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났으니, 그러므로 이런 능력이 그 속에서 역사하는 것이다.”

 확실히 그의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안티파스는 세례 요한을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례 요한은 세례 요한이고, 예수님은 예수님이다. 두 분은 비슷하게 하나님 나라와 회개를 선포하시지만, 사람들을 살리는 기적은 예수님만 보여주실 수 있다. 세례 요한이 다시 살아와도 예수님과 같은 기적을 보일 수는 없다. 또한 똑같이 하늘나라를 향해 가는 길이지만, 세례 요한은 행함을 강조하고,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신다. 이런 부분들에서 두 분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세례 요한의 죽음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그분의 성향상 잘 먹고 잘살다가 나이 들어 평안히 죽지는 않으셨겠지만, 그래도 이런 비참한 죽음이라니…. 그분이 하신 사역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하나님이 그분을 너무 빨리 죽게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한때는 동료와 친구였던 그들의 눈물이 너무나 아프게 느껴지는 순간, 세례 요한을 통해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 자리에 자신이 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슬픔이 자신의 슬픔이고, 그들의 눈물이 자신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그분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말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분은 예수님에 대해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고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증언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그분의 제자들이라 하시면서 말이다. 정말로 그분은 예수님의 말씀처럼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셨다.

 예수님은 세례 요한의 죽음을 들으시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진 않으셨다. 다만 안티파스의 땅을 떠나 빌립의 영토인 벳새다 근처 외딴곳으로 가시자고 한 것뿐. 그때 예수님께서는 자신들과 함께 배를 타고 이동하셨는데, 육상을 통해 그쪽으로 가던 제자들의 소문이 전해져, 갈릴리 바다 동편에 다다랐을 때는 주변 마을에서 찾아온 수많은 사람이 그곳을 채우고 있었다. 해변에 가득한 인파 속에는 병들고 아픈 사람들도 부지기수로 있었는데, 예수님은 배에서 내려 그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앓는 사람들이 건강해지자, 예수님은 산에 올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말씀과 여러 가지 가르침을 주셨는데, 얼마나 이야기에 집중했는지 저녁때가 되도록 떠나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과 빌립은 그때 예수님 곁에 앉아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갑자기 빌립에게 말씀하셨다.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게 하겠느냐?”

 “이백 데나리온의 떡으로도 부족하여, 각자가 조금씩밖에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때 다른 제자들이 다가와서 예수님께 말했다. 

 “이곳은 빈 들이요, 날도 이미 저물었으니, 무리를 보내어 마을에 들어가, 각자 음식을 사 먹게 하소서.”

 예수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그들이 갈 필요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우리가 가서 이백 데나리온 어치의 떡을 사다 먹이리이까?”

 깜짝 놀란 누군가의 말. 하지만 예수님은 고개를 저으셨다.

 “너희에게 떡이 몇 개나 있느냐? 가서, 보아라.”

 제자들은 각기 흩어져 먹을 것을 찾아보았는데, 이미 다들 가지고 온 것을 먹은 후라 음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자신에게 아이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여기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가 있어요.”

 작은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 아이가 배고플까 봐 어머니가 싸주신 것이 분명한 그 소중한 음식을 아이는 아끼지 않고 예수님께 드리려 했다. 아이의 그 순수한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지만, 자신은 아이를 데리고 예수님께로 가는 동안 걱정만 하고 있었다. 이 정도 양으로 어떻게 이 많은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예수님께 한 말에는 이런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습니까?”

 완전히 허탕을 치고 돌아온 다른 제자들도 아이가 가져온 음식을 보며 말했다.

 “우리에게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없으니, 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먹을 것을 사지 아니하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그것들을 이리로 가져오너라. 그리고 사람들을 한 오십 명씩 앉게 하여라.”

 또다시 영문을 모를 말씀. 하지만 예수님의 기적을 한두 번 겪어본 것이 아닌 제자들은 알 수 없는 기대감 속에 그 말씀대로 사람들을 앉게 했다. 오십 명씩 앉은 사람들도 있고, 어떤 곳은 두 무리가 가까워서 근 백 명이 한자리에 앉기도 했다. 그 사이 예수님은 음식을 가지고 온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주셨다.

 성인 남자만 해도 오천 명이 넘는 엄청난 인원이 모두 풀밭에 앉자, 예수님은 떡 다섯 개와 물고기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보시며 축사를 하신 다음, 떼어서 제자들에게 주셨다. 자신을 비롯한 제자들은 산에서 그것을 받아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은 보자기 같은 것으로 날랐지만, 다들 어디선가 광주리를 들고 와서 한가득 떡과 물고기를 담아 내려왔다. 열두 제자뿐 아니라, 예수님의 다른 제자들까지 동원된 끝없는 행렬. 그것은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을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모두를 미소 짓게 한 기적 중의 기적. 예수님은 그들 모두가 행복해질 때까지 계속 떡과 물고기를 떼며 쉼 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계셨다. 

 그 사건에 놀라, 억지로 예수님을 모셔다가 왕으로 삼으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예수님은 그들을 모두 헤쳐 보내시고, 자신을 비롯한 제자들에게는 배를 타고 먼저 떠나라 명하셨다. 그다음 예수님은 홀로 산에 오르셨다. 

 자신들은 배를 타고 벳새다를 거쳐, 가버나움과 게네사렛 쪽으로 이동했는데, 밤새 불어닥친 갈릴리의 지독한 바람과 높은 파도 때문에 한없이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 힘든 밤이 지나고 새벽이 되었을 때, 자신들은 평생 잊지 못할 기적을 또다시 경험하게 되었다.


*  *  *


 “어, 저게 뭐야! 유령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 거기엔 희멀건 사람 그림자가 물 위를 걷고 있는 모습이 있었다. 점점 다가오는 그림자를 보며 모두 놀라서 덜덜 떨고 있을 때, 그 그림자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 말라.”

 산에 홀로 남으셨던 예수님의 목소리. 그 선명한 음성이 들리자, 자신의 형인 베드로가 외쳤다.

 “주여, 만일 주님이시면,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

 “오라!”

 형은 예수님의 목소리를 의지하여 배에서 내렸고, 물 위를 걸어 그림자에게로 다가갔다. 한 발, 한 발. 예수님처럼 물 위를 걷는 형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기뻐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형이 예수님이 아닌 다른 곳을 쳐다보자, 물 위를 걷던 발은 갑자기 물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주여, 나를 구원하소서!”

 형의 강렬한 외침. 그리고 그 외침에 대답하는 예수님의 단호한 음성.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예수님은 형의 손을 붙잡아 물에서 건져내셨고, 형과 함께 배에 오르셨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즉시 바람이 그쳤다. 예수님께서 자신들에게 오시자마자 그동안의 그 엄청난 고난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 사실에 놀라 자신을 비롯한 배 안의 모든 제자는 무릎을 꿇었다.

 “진실로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  *  *


 아침에 게네사렛과 가버나움 근처에 도착하자, 주변 마을에서 온 병자들이 예수님께 치유 받기 위해 나아왔다. 그들은 혈루병으로 고생했던 여인처럼 예수님의 옷술이라도 만지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옷술에 손을 댄 사람은 모두 병이 나았다.

 예수님은 그들을 모두 고쳐 주신 뒤, 가버나움으로 옮겨 회당에서 가르치셨는데, 그때 티베리아스에서 온 사람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여러 대의 배를 타고 벳새다 근처의 빈 들에 갔다가, 거기에서 예수님의 소식을 듣고 다시 이곳으로 오는 길이었다. 

 “랍비여, 어느 때에 여기 오셨나이까?”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일하라. 이 양식은 인자가 너희에게 주리니, 인자는 아버지 하나님의 인치신 자니라.”

 예수님은 언제, 어떻게 이곳으로 오신 것은 중요하지 않으시다는 듯, 영생을 위한 일, 즉, 하나님의 일에 대해서만 말씀하셨다.

 그들이 또다시 질문했다.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하나님의 일을 하오리이까?”

 “하나님께서 보내신 자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

 “그러면 우리가 보고 당신을 믿도록 행하시는 표적이 무엇이니이까? 무슨 일을 하시겠나이까? 기록된바, ‘하늘에서 저희에게 떡을 주어 먹게 하였다’ 함과 같이,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나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에서 내린 떡은 모세가 준 것이 아니니라. 오직 내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린 참 떡을 너희에게 주시나니, 하나님의 떡은 하늘에서 내려 세상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니라.”

 “주여, 이 떡을 항상 우리에게 주소서.”

 자신을 믿으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 그러나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빈 들에서의 기적과 같은 것을 요구했다. 이스라엘에게 만나를 주신 그때처럼 일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음식을 말이다.

 “내가 곧 생명의 떡이니, 내게 오는 자는 결코 주리지 아니할 터이요,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그러나 내가 너희더러 이르기를, 너희는 나를 보고도 믿지 아니하는 도다 하였느니라.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자는 다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어 쫓지 아니하리라. 내가 하늘로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이니라.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내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이것이니,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라.”

 예수님은 또다시 기적보다는 자신을 믿으라 말씀하셨다. 제자인 자신들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말씀을 하는 예수님이시니, 제자가 아닌 그들이야 오죽할까? 그래서인지 예수님의 말을 들은 사람 중 누군가가 수군거리며 말했다. 그는 아마도 나사렛에서 온 사람인 것 같았다.

 “이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니냐? 그 부모를 우리가 아는데, 그가 지금 어찌하여 하늘로서 내려왔다 하느냐?”

 그들에게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너희는 서로 수군거리지 말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지 아니하면, 아무라도 내게 올 수 없으니, 오는 그를 내가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리라. 선지자의 글에 ‘저희가 다 하나님의 가르치심을 받으리라’ 기록되었은즉, 아버지께 듣고 배운 사람마다 내게로 오느니라. 이는 아버지를 본 자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에게서 온 자만 아버지를 보았느니라.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나니, 내가 곧 생명의 떡이로라.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어도 죽었거니와, 이는 하늘로서 내려오는 떡이니, 사람으로 하여금 먹고 죽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니라. 나는 하늘로서 내려온 살아 있는 떡이니, 사람이 이 떡을 먹으면 영생하리라. 나의 줄 떡은 곧 세상의 생명을 위한 내 살이로다.”

 “이 사람이 어찌 능히 제 살을 우리에게 주어 먹게 하겠느냐?”

 예수님의 말씀이 더욱더 이해하기 어려워지자, 수군거림을 넘어 이제는 큰 소리로 빈정거리는 사람까지 생겼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 안에 거하나니,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매, 내가 아버지로 인하여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인하여 살리라. 이것은 하늘로서 내려온 떡이니,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그것과 같지 아니하여, 이 떡을 먹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바로 여기에서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제자들까지 불만의 대열에 합세하게 되었다.

 “이 말씀은 어렵도다. 누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예수님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터져 나온 목소리. 인자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야만, 생명이 있고,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란 말씀은 정말이지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말씀이다. 영생을 주는 생명의 빵이 자신이라 말씀하시니, 누가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예수님을 죽여서 그 살과 피를 먹고 마실 수는 없지 않은가? 마치 바다를 요동하게 하는 바람처럼 흔들리지 않는 게 이상한 말씀들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말을 계속 이어가셨다.

 “이 말이 너희에게 걸림이 되느냐? 그러면 너희가 인자가 본래 있던 곳으로 올라 가는 것을 본다면 어떻겠느냐? 살리는 것은 영이니,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이요, 생명이라. 그러나 너희 중에 믿지 아니하는 자들이 있느니라. 이러하므로 전에 너희에게 말하기를 내 아버지께서 오게 하여 주지 아니하시면, 누구든지 내게 올 수 없다 하였노라.”

 정말이지 지난밤의 풍랑을 겪지 않았더라면 자신 역시 그들과 함께 분노했을지 모를 이야기였다. 차갑게 식어버린 분위기 속에서 제자 중 상당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예수님을 쏘아보고 떠나가는 제자들마저 있었다. 이제 회당 안에는 몇 명의 제자 외에는 남지 않았는데, 예수님께서 고개를 돌려 자신과 열두 제자들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너희도 떠나고자 하느냐?”

 “주여, 영생의 말씀이 있는데,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우리는 주님이 하나님의 거룩하신 분이신 줄 믿고 또 알았나이다.”

 형이 대답했지만, 형의 대답이 곧 우리 모두의 대답이었다. 갈릴리 바다에서 왜 의심했냐고 말씀하신 그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어떻게 주님을 떠날 수 있겠는가? 이 마음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것이 우리의 진심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말을 듣고도 기뻐하시거나, 칭찬을 하시지 않고 전혀 다른 말씀을 하셨다. 

 “내가 너희 열둘을 택하지 아니하였느냐? 그러나 너희 중에 한 사람은 마귀니라.”

 생각지도 못한 말씀. 그 말씀을 듣고 모두의 표정이 근심스럽게 변해갔다. 그러나 지금 가장 슬퍼 보이는 건 누구보다 그 말씀을 한 예수님 본인이셨다. 예수님은 왜 저런 말씀을 하시며 슬퍼하시는 것일까?


이 이야기에서 인용된 마태복음 14:2, 15-18, 26-33, 마가복음 6:35-38, 누가복음 9:12-14, 요한복음 6:5-10, 20, 25-70절은 개역한글을 기반으로 성경 원문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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