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도의 재판도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복음서마다 선후관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복음서의 기자들이 각자의 의도에 따라 순서를 배열한 것으로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이 실제로 있었고,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냐는 것이지, 어떤 것이 더 먼저인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 소설은 성경의 모든 사건이 순서대로 쓰여졌다고 가정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공관복음처럼 한 번 십자가에 달리게 내주었다가, 채찍질을 한 이후 요한복음의 뒤쪽 사건이 다시 한번 더 일어난 것으로 배열해 보았습니다.
이때 마가복음(15:25)과 요한복음(19:14)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시간과 재판을 받으신 시간이 거꾸로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건 두 복음서가 쓰는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공관복음은 유대식 시간, 요한복음은 로마식 시간을 사용하므로 오전 여섯 시경부터 재판이 진행되어, 아홉 시에 십자가에 달리셨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성경은 전후 문맥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착하시기보다 시야를 넓게 보시면 훨씬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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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저자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