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요셉과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다가 낯선 이야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시거나, 조금 기분이 언짢은 분들도 계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셉과 마리아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성경에 나와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두 사람에 대한 배경정보라고 한다면, 요셉의 경우는 다윗의 가문에 속한 의로운 사람이었고, 마리아와 약혼하고 있었으며, 갈릴리의 나사렛에서 살던 목수라는 것뿐이고, 마리아는 나사렛에 사는 처녀였고, 요셉과 약혼하고 있었으며, 제사장 사가랴의 아내인 엘리사벳의 친족이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들의 말과 행동으로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어느 정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그들의 출신을 설명해 주지는 않기 때문에 어떤 분들은 구전이나, 외경 같은 내용으로 그들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신약 외경인 ‘야고보 원복음’ 같은 문서에도 요셉과 마리아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에는 유다 지파의 요아킴과 안나 사이에서 마리아가 태어났고, 평생 동정을 서원한 마리아는 성전에서 키워지다가, 아내와 사별하고 이미 자식까지 있는 요셉과 결혼해서 동정녀로서 예수님을 낳았다. 그리고 이후에도 평생 동정을 지켰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어느 정도의 진실을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또 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신약의 외경은 구약의 위경과 비슷한 위치로서 이미 기독교 초기부터 그 내용상 의심되는 부분들로 인해 정경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들은 당시 상황을 참고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면 오히려 잘못된 고정관념이 생길 위험이 있어서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어찌 되었든 ‘야고보 원복음’도 나름의 출처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가져와서 이야기를 진행했으면 조금 더 쓰기 쉬웠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나오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거룩하게만 비춰지는 것 같아서, 저는 일부러 이런 전개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바,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한 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을 거룩한 사람이 아닌 작은 일에도 넘어지고 쓰러지는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와 같이 기분 좋으면 웃고, 기분 나쁘면 화내기도 하는 사람. 실수도 하고, 오해도 하지만 자기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선택하셨을 때, 자기의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 특별한 사람이기에 하나님이 특별하게 쓰신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지만 하나님의 선택 앞에 순종하였기에 특별하게 쓰임 받는 사람. 성경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이 우리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니까요.
이런 이유로 이 소설의 대부분은 이런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는 많은 허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예수님의 공생애가 시작되기 전인 1-28장은 뒤쪽보다 훨씬 더 많은 창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내용들은 사실에 배경을 두고 있긴 하지만, 실제 사실은 아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읽으셔서 이러한 허구들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즉, 사건 자체보다는 이야기의 배경에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를 보시는 쪽으로 글을 읽으시길 권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