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요셉의 사랑

마리아가 요셉에게 준 물이 가득 들어있는 그릇이 흙바닥에 놓여있습니다.

 요셉의 곁으로 다가오던 발소리는 바닥에 탁 하고 무언가를 내려놓고는 다시 멀어져갔다. 요셉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해져 다시 한번 눈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눈을 가리고 있는 어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예전의 그였다면, 이쯤에서 포기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니, 이것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납득시켰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운명처럼 찾아온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몇 번이나 도전한 끝에 어두움으로 굳게 닫혀있던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어두움이 물러가고 그의 눈을 가득 채운 것은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인 저녁노을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하늘 아래 저 멀리, 자신을 회개하게 만들고, 희망을 선물한 소녀의 뒷모습이 있었다. 물동이를 이고 멀어지는 그녀는 예전에 몇 번 우물가에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특별히 눈에 띌 정도로 예쁜 것도 아니었고, 옷차림도 허름해 별다른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모습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건물에 가려 그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던 요셉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거칠고 투박하게 깎인 작은 나무 그릇 하나와 그 안에서 찰랑이는 생수가 있었다. 그릇 안의 생수는 불어오는 바람결을 따라 작은 물결을 이루며 흔들거렸고, 그것은 이내 요셉의 마음속으로 옮겨와, 그의 내면 전체로 퍼져가는 큰 파도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왜 이런 친절을 베풀었을까? 혹시 자신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을까? 

 잠시 마음이 설렜던 요셉이었지만,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이내 쓴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지저분한 사람을 세상 어떤 여자가 좋아해 줄까? 그럴 리 없다. 그렇다면 이건 별다른 의미가 아닐 것이다. 물을 뜨러 왔는데, 땀에 찌든 사람이 자고 있으니, 불쌍해 보여서 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빨리 정신 차리고 집에 들어가라고 줬을 수도 있다. 그 옛날, 이삭의 아내가 되기 전의 리브가도 지친 아브라함의 늙은 종에게 생수를 주어 마시게 한 적이 있는데, 그녀는 그때의 리브가처럼 피곤에 지쳐 쓰러진 한 사람에게 친절을 베푼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것이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의도가 없다고 해서, 그녀의 행동마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했던 말과 이 작은 호의는 힘겨운 하루를 보냈던 요셉에게는 이 세상 무엇보다 커다란 위로로 다가왔다. 그녀의 겉모습이 허름하고, 그녀가 준 이 작은 나무 그릇이 볼품없고 하찮아 보일 지라도, 영과 육이 목마르고 지쳤던 요셉에게는 다시 생명을 주는 생수와 같았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녀의 이런 행동이 자신과 같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자신의 삶 역시, 어느 누군가를 살리는 삶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엄청나고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할지라도,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인생조차 살지 못할지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통해 고통에 빠진 한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것이 바로 부모님께서 자신에게 가르치시고자 했던 삶이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원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셉은 그릇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대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생수는 그의 마음속 깊은 갈증까지 단번에 해결해 주었다. 깊은 고민으로 타오르던 마음을 가라앉힌 생수의 청량한 맛. 그것은 잠시나마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요셉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다. 요셉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그의 눈에서 억지로 참았던 아까의 눈물과 다른 진정한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두고 간, 아무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흔하디흔한 나무 그릇은 요셉에게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그릇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녀의 나무 그릇이 아닌, 그녀 자신이 귀히 쓰일 그릇이 될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산골 소녀는 이렇게 자신의 삶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 선한 일에 쓰시도록 준비되고 있었다.


*  *  *


 우물가에서 마리아를 본 이후, 요셉의 고민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처럼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살겠다고 다짐한 요셉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냈고, 하나하나 감사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마음속에 굳게 메여 있던 비교와 원망의 끈들이 조금씩 풀려갔고, 요셉은 이런 삶을 선물해 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보답을 하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요셉은 일이 마치면 그녀의 집 앞을 지나 숙소로 돌아오곤 했다. 지나가면서 보게 된 그녀 집안의 사정은 우물가에서 듣던 것보다 더 어려워 보였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허리를 다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고, 나머지 가족들은 다른 사람의 밭에서 소작하는 것에 더해, 수많은 소일거리까지 하는 듯 저녁마다 집 밖에 일거리들을 쌓아놓곤 했다. 가끔 나와서 일감을 들고 들어가는 그녀의 동생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지 얼굴이 야위어 보였다. 먹고 사는 것뿐 아니라 치료비며, 세금까지 내야 했으니, 이렇게 많은 일을 해도 생활은 항상 쪼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안식일에 회당에서 예배를 드리던 요셉은 자신이 마리아의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하나님은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 사회에서 무시당하기 일쑤인 약자들에게 공의를 베풀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있는 마리아의 가정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올바른 행동이라 생각한 요셉은 다음날부터 보수를 받을 때마다 넉넉하게 곡식과 식품들을 사서 밤에 몰래 마리아의 집 앞에 두고 가곤 했다.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잘했다 칭찬해 주지도 않았지만, 요셉은 날이 갈수록 생기가 도는 마리아의 동생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기쁨으로 살게 된 요셉은 아무리 힘들어도 불평이 나오지 않았고, 열심히 일하는 그를 보던 감독관은 여러 명의 인부를 관리하는 조장이라는 직분을 주면서 임금을 올려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까지 받은 요셉은 마리아의 가정을 위해 더 많은 것들을 줄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더욱 감사를 드렸다.

 그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달라진 내면은 그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어두움과 우울로 좌절하던 지난날은 사라지고, 빛과 희망이 가득한 새로운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  *  *


 몇 주가 지났다. 요셉은 이상하게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일도 평소보다 일찍 마쳤고, 단골이 된 상인은 곡식을 많이 담아주었다. 시장에서 각종 채소와 잘 익은 과일들을 충분히 사서 넣었는데도, 한쪽 어깨에 메어진 봇짐의 무게가 전혀 무겁지 않았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게 될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기대감에 고양된 요셉은 나사렛의 산길을 올라갔다. 그의 발이 지면을 디딜 때마다 흥겨운 박자가 울려 퍼졌고, 그의 입에서는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바람결에 나부끼는 옷자락은 아름다운 춤사위가 되어, 그의 노래에 맞춰 나풀거렸다. 그의 발걸음은 하늘을 나는 듯 한없이 가벼워졌다.

 가뿐해진 발걸음으로 조금 이른 시간에 나사렛에 도착한 요셉은 마리아의 집에 먼저 갈지, 아니면 자신의 집에 들렀다가 평소처럼 늦게 갈지 고민이 되었다. 밤에 가면 아무도 모르게 물건을 두고 올 수 있었지만, 이 좋은 식재료들이 싱싱함을 잃게 될 수도 있었다. 반면 지금 가면 발각될 위험은 있지만, 마리아 가족의 저녁 식사가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었다. 한쪽은 안전하지만 기쁨은 덜했고, 다른 한쪽은 약간 위험하지만 큰 기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 있었다. 요셉은 자신이 더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마리아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녀의 집에 도착한 요셉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살금살금 소리를 죽여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다시 주변을 살펴보고서야 가져온 물건들을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한껏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어지자, 아까부터 들려오던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가 이제야 들려오기 시작했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는 그의 허기진 마음을 자극했다. 

 요셉은 자신도 모르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이제 집에 가면 그는 혼자서 저녁을 차려 먹어야 한다. 아니, 차려 먹는다기보다는 그냥 간단히 배만 채우게 될 것이다. 저렇게 가족들과 함께 오순도순 모여 저녁을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요셉은 잠시 동안 자신이 저 사이에 앉아 있는 상상을 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이 왠지 처량하게 느껴져 얼른 이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막상 떠나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현실로 돌아가 혼자만의 외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지금 저 안에는 마리아도 있겠지?

 문에 귀를 가져다 댄 요셉은 혹시라도 들릴지 모르는 마리아의 목소리를 찾아 귀를 기울였다. 온 신경을 집 안에 집중하는 바로 그 순간, 난데없이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요셉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물동이를 이고 있는 마리아가 있었다. 

 그녀의 경계 어린 표정을 본 요셉은 당황해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심장은 쿵쾅거렸고, 몸은 굳어 말을 듣지 않았다. 어떻게든 움직이려 힘을 주던 요셉은 아까 내려놓았던 봇짐에 발이 걸려 엉덩방아까지 찧게 되었다. 그의 얼굴은 점점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요셉이 허둥대는 동안 마리아는 무언가를 알겠다는 듯 미묘한 표정을 짓고는 물동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사이에 요셉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몸을 일으킨 탓인지 그의 옷에 묻어 있던 먼지가 주변에 흩날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요셉은 조금 전에 했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또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낸 모습이지만, 땀과 먼지에 찌든 지금의 초라한 몰골까지도 다 부끄럽게 느껴졌다.

 괜히 빨리 와서 들켜버린 것일까? 집에서 씻은 뒤, 옷이라도 갈아입고 와야 했을까? 난 왜 이런 행동을 한 거지? 그녀는 나를 이상하게 보겠지? 그래, 어느 누가 자기 집에 귀를 대고 있는 사람을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그의 마음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번개처럼 나타났다 사라져갔다. 그렇게 내려치는 번개와 함께 몰려온 먹구름은 그의 마음을 온통 어둡게 덮어갔다. 바로 그때, 요셉의 귓가에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어두운 세상에서 빛으로 인도한 바로 그 음성이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까지 계속 저희를 도와주시던 분이신가요?”

 “...네”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덕분에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요셉은 순간 안심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 감정을 감추느라 그의 얼굴은 이상한 표정으로 변해갔지만, 요셉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는 다만 어두운 먹구름 속에서 드러난 한 줄기 햇살에 기뻐하며 지금, 이 순간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돌릴 뿐이었다.

 그때 또다시 마리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네?”

 “이유도 없이, 잘 모르는 분께 이렇게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이건 아무 이유가 없는 게 아니고….”

 “방금 전의 모습도 그렇고, 이유가 있다 해도 좋은 이유는 아닐 것 같은데요.”

 마리아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처음과는 사뭇 달라진 그녀의 말투와 어조를 들으며, 요셉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저 선한 의도로 그녀를 돕고 싶었다. 어떠한 보상도 필요 없이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마리아의 오해를 풀 수 있을까?

 한 줄기 햇살은 사라지고, 그의 마음을 온통 덮은 먹구름에서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굵은 빗방울들은 그의 가슴을 아프게 때리며 수많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 파문들은 끝없이 요셉을 공격하며 말했다.

 ‘넌 역시 안 돼. 좋은 의도였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넌 처음부터 이런 의도였잖아. 그녀한테 잘 보이면 그녀가 너를 사랑이라도 해줄 것 같았지? 멍청아, 정신 차려. 너 같은 가난뱅이를 누가 사랑해주겠어.’

 그를 공격하는 말들은 지난날 그를 짓눌렀던 모든 죄책감과 낮은 자존감의 결론이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아픈 상처들이 다시 나타나 그를 괴롭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물을 감당하지 못하는 제방처럼, 약해진 그의 마음은 스스로에 대한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려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다시는 물이 모든 혈기 있는 자를 멸하는 홍수가 되지 아니할지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갑자기 떠올랐다. 노아에게 주셨던 약속의 말씀. 그 무지개 언약처럼 굳건하게 남아 있는 마음 하나가 느껴졌다. 자신을 지긋지긋한 과거에서 벗어나게 해준 마음이었다.

 요셉은 짐 보따리를 풀어, 깨끗한 천으로 감싼 물건 하나를 꺼내었다. 하얀 천을 벗겨내자, 그릇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투박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그때의 나무 그릇이었다.

 “혹시 이거 기억하시나요?”

 “그건….”

 “몇 주 전에 우물가에서 제게 물을 떠주셨던 그릇입니다.”

 “...”

 “그날의 일이 너무 감사해서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별일도 아니잖아요. 보답이니 뭐니 하기엔 너무….”

 “당신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제게는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고향을 떠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많은 일들을 겪었습니다. 가난한 떠돌이라고 무시도 당했고, 열심히 일하고 돈을 받지 못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이방인들보다 더한 착취를 하는 유대인 밑에서도 일했었고, 제 것을 빼앗기 위해 접근하는 사람들도 여럿 만났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저는 지쳐갔고, 하나님을 떠난 사람들이 더 잘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살아온 방식에 회의도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는 스스로 지옥을 살고 있었습니다.”

 “...”

 “하지만, 그날 당신이 보여준 대가 없는 호의가 죽어가는 저를 구해주었습니다. 저는 그날 그 그릇을 보며 비록 남들 보기에 보잘것없는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마리아는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게 그 정도 일은 아닌 것 같지만…. 일단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제가 좀 흥분했던 것도 사과드리고요. 하지만 보답은 이미 충분히 해주신 것 같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냥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하나님께서 저희에게 이런 시간을 주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다치시고, 가족 모두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으니 어떻게 안 힘들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저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가족이 직면하고,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야 할 시간에 이런 도움을 받는 것이 우리에게 오히려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지금까지 주신 도움은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저희가 해결하고 싶습니다.”

 요셉은 그녀의 가족을 위해 한 자신의 행동이 오히려 그녀 가족의 성장을 방해한다는 말을 듣자, 그녀를 계속 도와주려는 것이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서, 혹시 상처받으셨을 수도 있겠지만….”

 “아닙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네, 그럼 도와주신 은혜는 결코 잊지 않고,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네….”

 요셉은 마리아에게 고개를 숙여 마지막 인사를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억지로 미소를 지은 그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이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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