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친구였던 시몬이 열심당을 떠나간 지도 몇 개월이 지났다. 시몬은 자신 못지않게 하나님에 대한 열심이 있지만, 동시에 매우 냉철한 성격을 지니기도 했다. 그는 웬만해서는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막상 이야기를 할 때면 요점을 파고드는 놀라운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열심당 안에서도 꽤 인정받았었는데, 그러던 그가 갑자기 열심당을 버리고 예수라는 사람에게 가버린 것이다. 그때 자신은 최선을 다해 시몬을 말렸지만, 그의 결정을 바꿀 순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열심당 안에서 예수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그에 대한 소문은 대부분 사람들의 병을 치유하고, 귀신 들린 사람들을 고쳐준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가 회당을 돌아다니며 어떤 가르침을 전한다고 하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열심당의 지도자인 야곱과 시몬이 자신을 이곳에 보내어 예수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판단 결과에 따라서 예수는 열심당의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적이 될 수도 있다.
확실히 예수는 알려진 것에 비해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이다. 그가 기적을 베푸는 걸 보면 분명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 그는 그런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고쳐주고 말씀을 전하는 것 말고는 어떠한 행보도 보이지 않는다. 보통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할 터인데, 이 사람은 그저 그 일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아서, 바리새인들도, 사두개인들도 다 사람들을 보내어 그의 정체를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 에세네파야 원체 폐쇄적인 공동체이고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사는 것 말고는 세상에 관심이 없으니, 사람들을 보내지 않겠지만, 그들도 예수라는 이 인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헤롯 안티파스 역시 지금은 세례 요한에게 정신이 집중되어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분명 언제고 그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 뻔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이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느껴진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의 정체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니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엄청나게 많은 군중이 보인다. 이들이 다 어디에서 몰려왔을까? 갈릴리의 말투가 가장 많이 들리지만, 데가볼리, 유대, 베레아 말투도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저쪽에는 아예 두로나 시돈 해안 지방에서 사용하는 말들도 들린다. 외국인까지 이 예수라는 사람을 찾아오다니. 그는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그의 방법을 알게 된다면, 열심당도 과거의 위세를 회복할 수 있을 텐데.
남자의 뇌리에 예전 열심당의 모습이 그려졌다. 자신이 활동하던 시기는 아니지만, 열심당은 로마의 첫 번째 총독인 코포니우스 시절 대대적인 투쟁을 벌였었다. 그때 열심당은 많은 로마 군인과 로마에 협력하는 매국노들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유대인이 자유를 찾았다. 당시에 진압당하지만 않았다면 어쩌면 이미 유대인의 독립 왕국이 세워졌을지도 모른다. 하나님만을 섬기는 신정국가 유대왕국 말이다.
그래, 예수라는 사람에 대한 판단도 중요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저자를 열심당으로 끌어들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들과 같은 세상을 꿈꾸기만 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이룰 수 있겠는가? 예전의 힘을 되찾는 것뿐 아니라, 더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아라, 전투에서 적군과 싸우다 다쳐도 저자가 치유해 주면 나을 것이다. 두려움이 없는 그런 군대를 누가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시몬이 먼저 그의 제자가 된 것이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시몬을 통해 그를 회유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가 아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독립에 대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를 열심당에 가입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열심당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문제가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하나님이 아닌 어느 누구도 주로 섬길 수 없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뿐이다. 로마인들에게 붙잡혀서 온갖 고문을 당해도 우리는 하나님을 배신할 바엔 당당한 죽음을 택하고야 마는 진정한 유대인이다. 또한 우리들의 신학 역시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리새인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바리새인과 다르게 가르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냔 말인가? 바리새인의 신학이 우리의 신학이고, 우리의 신학이 바리새인의 신학이다. 우리는 문제가 없다.
물론 우리가 투쟁하는 방식이 마음에 안 들 순 있다. 하지만 어떻게 투쟁 없이 독립을 할 수 있겠는가? 옛날 셀레우코스로부터 독립을 하던 시절에 하시딤들이 지금의 바리새인들처럼 가만히 현실에 순응했었다면, 우리가 독립 왕국을 이룰 수 있었겠는가? 우리는 이 땅에 신정국가가 다시 생기길 소원하는 마음으로 그때의 하시딤들과 같이 투쟁이라는 방식을 선택한 것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유이다. 우리는 그저 자유롭게 하나님을 섬기고 싶을 뿐이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지배자이시니 그분이 주신 율법대로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 외에 어느 누구도 주라고 부르지 않고, 스스로를 주라 부르는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한다. 어떻게 감히 사람이 자신을 주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신성모독이다.
남자는 그런 사람이 보이면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는 듯, 품속에 넣어둔 단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차가운 철의 감촉이 느껴졌다. 이미 몇 사람의 목숨을 빼앗은 단검. 그 살인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려 할 때, 누군가의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예수님이 오신다.”
“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하는 사람들 속에서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살펴보았다. 제자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오는 그는 듣던 것처럼 대단해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뭔가가 있어 보이긴 했다. 이러한 함성 속에서도 그는 우쭐한다거나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위해 그 자리에 온 것처럼 사람들의 반응과 무관하게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열심당을 떠난 자신의 친구 시몬이 함께 있다. 역시 이곳에서도 인정받는 녀석이다. 그가 산 아래 평지에 이르자, 많은 사람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그들은 그의 몸에 손이라도 대보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신기하게도 그의 몸에 손을 댄 사람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내 병이 나았다!”
그를 만지기 전과 후가 눈에 띄게 변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남자는 이미 소문을 들었음에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사람들의 병을 치유한다는 소문은 진실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그의 가르침이다. 그의 가르침을 들으면 그가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만약 열심당과 함께 할 수 있는 가르침을 전한다면, 그때엔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열심당 가입을 권할 것이다.
남자는 그의 모습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그는 사람들을 낫게 해준 이후, 다시 산 위로 올라가 모두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며 숨을 죽였다.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지자, 그가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했다.
* * *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나를 인하여 너희를 욕하고 핍박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스려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을 이같이 핍박하였느니라.”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데 없어, 다만 밖에 버리워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위에 있는 동네가 숨기우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안 모든 사람에게 비취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저희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나 폐하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케 하려 함이로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일획이라도 반드시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계명 중에 지극히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고, 또 그같이 사람을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지극히 작다 일컬음을 받을 것이요, 누구든지 이를 행하며 가르치는 자는 천국에서 크다 일컬음을 받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의가 서기관과 바리새인보다 더 낫지 못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옛사람에게 말한바 ‘살인치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들을만한 일이 있는 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너를 송사하는 자와 함께 길에 있을 때에 급히 화해하라, 그 송사하는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내어주고 재판관이 옥리에게 내어주어 옥에 가둘까 염려하라.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마지막 한 푼까지 남김이 없이 다 갚기 전에는 결단코 거기서 나오지 못하리라.”
“또 ‘간음치 말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만일 네 오른눈이 너로 실족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신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지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 또한 만일 네 오른손이 너로 실족게 하거든 찍어 내버리라. 네 신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몸이 지옥에 던지우지 않는 것이 유익하니라.”
“또 일렀으되,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거든 이혼 증서를 줄 것이라’ 하였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음행한 연고 없이 아내를 버리면 이는 저로 간음하게 함이요, 또 누구든지 버린 여자에게 장가드는 자도 간음함이니라.”
“또 옛사람에게 말한바, ‘거짓 맹세를 하지 말고, 네 맹세한 것을 주께 지키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도무지 맹세하지 말지니 하늘로도 말라. 이는 하나님의 보좌임이요, 땅으로도 말라 이는 하나님의 발판이요, 예루살렘으로도 말라 이는 큰 임금의 성임이요, 네 머리로도 말라 이는 네가 한 터럭도 희고 검게 할 수 없음이라. 오직 너희 말은 ‘옳다’는 ‘옳다’, ‘아니라’는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에서 나느니라.”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또 너를 송사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취게 하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리우심이니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무슨 상이 있으리요? 세리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또 너희가 너희 형제에게만 문안하면, 남보다 더하는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이같이 아니하느냐? 그러므로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온전하심과 같이 너희도 온전하라.”
“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주의하라. 그렇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얻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자선을 베풀 때에 위선자들이 사람에게 영광을 얻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는 것 같이, 너희 앞에 나팔을 불지 말라.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자선을 베풀 때에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자선이 은밀하게 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너의 아버지가 갚으시리라.”
“또 너희가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라. 저희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또 기도할 때에 이방인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저희는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 그러므로 저희를 본받지 말라 구하기 전에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하나님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느니라.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면,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지 아니하시리라.”
“금식할 때에 너희는 위선자들과 같이 슬픈 기색을 내지 말라. 저희는 금식하는 것을 사람에게 보이려고 얼굴을 흉하게 하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금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 이는 금식하는 자로 사람에게 보이지 않고, 오직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보이게 하려 함이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이 먹고, 부식되어 망가지며, 도적이 구멍을 뚫고 도적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 먹고, 부식되어 망가지지 못하며, 도적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적질도 못 하느니라. 네 보물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
“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 네 눈이 나쁘면 온몸이 어두울 것이다. 그러므로 네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두움이 얼마나 더하겠느냐?”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수명을 한순간이나 더할 수 있느냐? 또 너희가 어찌 의복을 위하여 염려하느냐?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 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지우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에 족하니라.”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위선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저희가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할까 염려하라.”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곧 율법과 선지자니라.”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비좁아서,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그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느니라. 이러므로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 * *
그의 가르침은 오래도록 이어졌는데, 이 말들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그는 유대의 독립이나, 투쟁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오로지 하늘나라에 대해서만 말한다. 거기다 뭐?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화평케 하는 사람이 복이 있고, 핍박을 받는 사람들이 복이 있다니. 저건 무기력한 바리새인들의 가르침보다 더한 것이 아닌가?
또한 그는 열심당의 방식과는 전혀 맞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 그는 평화를 외치고, 선한 삶을 말한다. 저것은 에세네파의 방식과 비슷하다. 아니, 그는 에세네파보다 더 강한 실천을 말하고 있다. 에세네파도 남들에게 무언가를 줄 때엔 아낌없이 주지만, 그들은 똑같은 도움을 받을 것을 기대하면서 행한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대조차 없이 행할 것을 말한다. 에세네파 역시 좀처럼 맹세를 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것은 맹세가 너무나 굳은 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지, 이 사람처럼 아예 맹세를 하지 말라고는 안 한다. 에세네파도 악한 자는 미워하라 가르치는데, 이 사람은 원수조차 사랑하라고 한다. 이 가르침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더 황당한 것은 그는 절대 행할 수 없는 율법을 말하고 있다. 너희의 의가 서기관들과 바리새파 사람들의 의보다 낫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니. 지금의 율법 조항들도 다 지키려면 죽도록 힘이 드는데, 그 이상을 지켜야 한다니. 그러면서 그는 바리새인들이 가르치는 율법 조항들보다 더 가혹한 율법을 말한다. 저걸 어떻게 지킨단 말인가? 이건 마치 원래의 율법은 이 정도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이게 하나님의 진짜 기준이니 지켜볼 테면 지켜보라고 말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율법의 완성이란 말인가? 아니면 그만의 새로운 완성 방법이 있다는 것인가?
남자는 실망했다. 그가 하는 말은 도무지 열심당과는 맞지 않는다. 이런 그에게 왜 친구인 시몬이 넘어간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의 가르침을 듣고 그의 정체를 파악해 보려던 계획도 혼란에 빠져갔다. 그는 바리새인의 가르침 같기도 하고, 에세네파의 가르침 같기도 한 말을 하지만, 실상은 그들보다 훨씬 더 가혹한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그는 비유로 쉽게 말하지만, 그 내용은 너무 어렵기만 하다. 그는 부드러워 보이나, 실제론 매서운 말들을 가르친다.
남자가 그의 정체에 대해 혼란스러워할 때, 새로운 말이 들려왔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행함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엔 그 자신에게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그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치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때에 내가 저희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히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기초를 반석 위에 놓은 연고니라. 나의 이 말을 듣고 행치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홍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히매, 무너져서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
오, 하나님. 지금 그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스스로에 대해 ‘주’라 말한 것입니까? 거기에 자신이 하늘나라에 갈 사람들을 정한다는 말을 한 것입니까?
남자는 그의 마지막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주님이라 칭할 수 없거늘, 그는 스스로에 대해 주님이라 말을 한 것이다. 남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신성모독을 한 그를 그냥 둘 수 없단 생각에 남자는 군중을 빠져나와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산을 올랐다. 그의 뒷모습이 뚜렷이 보이는 곳까지 접근한 남자. 남자는 품에 손을 넣어, 단검을 움켜쥐었다. 바로 그때, 남자의 앞에 열심당을 떠났던 시몬이 나타났다. 냉철하던 예전 모습 그대로 차가운 얼굴로 서 있는 시몬.
“예수님께서 이곳에 가보라고 해서 왔더니, 여기서 자네를 만나는군.”
“비키게. 저 사람은 자신을 주라 불렀네. 감히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서 말이네.”
시몬은 남자의 심정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넨 역시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는군. 그 전에 말씀하신 내용들은 기억이나 하나?”
“뭐라고?”
“잘 듣게. 예수님은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분이 아니시네. 이전의 가르침들을 떠올려보게. 저분이 말씀하시는 주라는 것이 과연 자네가 생각하는 주님과 같은 것인가?”
남자는 그의 가르침들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말들이지만, 주님이라는 말 사이에 나온 내용이 갑자기 떠올랐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간다?”
“그래 맞네. 예수님은 결코 자신을 섬기라고 하는 것이 아니네. 저분은 자신을 보내신 하나님의 뜻대로 살라고 하는 것이지, 자신의 뜻대로 살라는 것이 아니네. 저분이 말하는 주님의 의미가 그것이네. 저분은 결코 하나님보다 높은 자리에 자신을 놓으신 것이 아니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하늘나라는 무엇인가?”
“뭐 정확히 말씀해 주시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저분이 왕으로 오르실, 이 땅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하네.”
“왕?”
“그렇네. 저분은 인정하지 않으시지만, 우리들은 다 저분이 하나님이 보내주신 메시야라고 믿고 있네.”
“그렇다면 자네는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서 유대의 독립을 이루실 것으로 생각하는가? 그래서 열심당을 떠난 것이고?”
“당연하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왜 열심당을 떠났겠는가?”
남자는 차갑게 굳은 시몬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똑같은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는 시몬. 두 신념이 중간에서 만나 질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몬은 떠날 때의 모습 그대로 결코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런 시몬과 싸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남자는 이내 눈을 감았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누가 옳은지는 역사가 판단해 주겠지.”
“더 오래 살아남는 쪽이 하나님의 뜻일 거야.”
남자는 시몬의 말에 '픽' 하고 웃더니,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를 향해 시몬이 말했다.
“예수님이 자네 또한 구해 주실 것이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그렇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나도 예수님께 내 모든 걸 맡겨 보겠네.”
시몬은 떠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이제야 긴장이 풀린 듯 한숨을 돌렸다. 그때 멀어지는 남자에게서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도부엔 내가 잘 이야기 해놓겠네. 앞으로 열심당이 저분을 적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네.”
“고맙네….”
떠나가는 남자와 멈춰 선 시몬의 등 뒤로 거대한 군중의 모습이 보인다. 율법 학자와 달리 권위 있게 가르치는 예수님의 모습에 환호하는 사람들. 드디어 그들은 세상의 진정한 빛을 만났다. 산 위의 마을은 숨길 수 없다는 말처럼 산 위에 우뚝 서, 모두에게 드러난 그의 모습. 그는 복음의 빛을 모든 사람에게 환히 비추었다. 복음을 들은 사람들은 그를 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 이야기에서 인용된 마태복음 5장-7장은 개역한글을 기반으로 성경 원문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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