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첫 번째 제자들

예수님과 첫 번째 제자들이 미소를 띈 채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녁나절, 갑자기 들이닥친 안드레가 시몬에게 말했다.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메시야를 만났다고요.”

 세례 요한의 제자로 지내는 동생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려고 요단강 동편 베레아 지방까지 왔더니, 동생이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평소답지 않게 왜 이래? 이 물 마시고, 좀 진정한 다음 다시 이야기해 봐.”

 시몬이 건네준 물을 벌컥벌컥 마신 안드레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


 요단강에서 세례 요한의 충격적인 고백이 있은 다음 날, 안드레는 세베대의 아들 요한과 함께 스승을 찾아갔다.

 “선생님, 어제 하신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분에 대한 것 말이냐?”

 “네, 저희는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들었지만, 하늘에서 들렸다는 그 음성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시내 산에서 계명을 받을 때를 기억하느냐?”

 “네, 알고 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말을 믿게 하려고, 짙은 구름 속에서 나타나 모세와 대화하는 것을 백성들이 듣게 하셨다. 그때 백성들이 목격한 것은 천둥소리와 번개, 그리고 나팔 소리와 연기였다. 하나님이 말씀하셨지만, 백성들은 그것만 보고 들은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음성은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이 택하신 자, 들을 귀가 있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것이니, 너희가 어제 나와 함께 그 음성을 들었어도 깨닫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안드레와 세베대의 아들은 세례 요한의 말을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례 요한이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기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바로 그때, 어제 보았던 사람이 그들 앞을 지나갔다.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두 사람은 세례 요한의 말을 듣고, 그가 정말로 메시야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얼마를 따라갔을까? 그가 갑자기 몸을 돌려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미소 띤 그의 얼굴은 어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밝고 온화해 보였다. 

 “너희는 무엇을 구하느냐?” 

 “랍비여,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

 “와서 보아라.”

 그는 몸을 돌려 걸어갔고, 두 사람은 그 뒤를 따라 그가 머무는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이 되기까지 함께 머무른 두 사람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세례 요한이 그를 메시야라 말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그의 탁월한 식견과 뛰어난 언변을 듣고 있노라니, 자연스레 그에게 감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  *

 

 “그러니까, 세례 요한께서 그분을 하나님의 어린양이라고 불렀고, 너는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메시야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지.”

 “흠….”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례 요한이 했던 말의 의미도 잘 모르겠지만, 겨우 몇 시간 이야기한 것만으로 한 사람을 메시야라고 인정해도 되는 건가?

 “형답지 않게 뭘 고민해. 일단 그분을 만나 뵙고 생각하자고.”

 남자답다는 이름 뜻과 다르게, 늘 차분하던 동생 안드레는 오늘따라 유난을 떨었다. 아직 여러모로 의심이 되지만, 동생이 저 정도로 말할 정도면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다른 건 모르지만, 동생이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정말 탁월하기 때문이다. 동생의 말이 믿기지는 않지만, 일단 그를 만나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동생을 따라나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담하고 소박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환하게 불을 밝힌 집은 주변의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세베대의 아들 요한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 있는 한 사람. 

 “랍비님.”

 그가 고개를 돌려 자신과 동생을 바라보았다. 

 “네가 요한의 아들 시몬이구나.”

 “네? 그걸 어떻게?”

 시몬은 고개를 돌려 동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동생은 이야기 한 적이 없다는 듯 두 손바닥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그의 앞에 앉아 있는 요한에게 시선을 주자, 요한도 자신이 한 말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연신 저었다.

 당황해하는 시몬의 귀에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앞으로 너를 게바라 부르겠다.”

 “게바라면, 베드로. 바위라는 뜻이군요. 성격 급한 형한테 딱 필요한 이름인데요? 하하.”

 “아니, 갑자기 이름을 왜….”

 “형님, 일단 선생님과 이야기부터 나눠보세요.”

 시몬, 아니 베드로는 안드레와 요한에게 이끌려 그의 앞에 앉았다. 그의 얼굴은 베드로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사람보다 밝고 환하게 빛나 보였다.


*  *  *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네 사람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베드로는 잠결에 누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느꼈다. 너무 피곤해서 눈이 떠지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아는 동생과 요한은 이렇게 이른 새벽부터 움직일 사람이 아니니 어쩌면 그분이실지 모르겠다. 왜 나가시는 것일까? 하지만 고민도 잠시, 베드로는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갔다.

 “모두 일어나거라.”

 온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잠든 세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세 사람 앞에 제법 많은 양의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빨리 먹고 떠나자. 이제 갈릴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벌써요?”

 “사흘 안에 가나로 가야 한다.”

 “가나라면 엄청 먼데….”

 “빨리 먹고 출발해야겠군요.”

 세 사람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너라.”

 열린 문밖에는 고향 사람인 빌립이 보였고, 그의 옆에 다른 한 사람도 서 있었다.

 “빌립?”

 “어, 자네들이 왜 여기에 있나?”

 빌립이 많이 놀랐나 보다. 사람이 어떻게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지? 하하. 하긴 자신도 놀랐으니, 그 사람이라고 안 놀랄 이유는 없다. 그나저나 빌립은 왜 여기에 온 것일까?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서 들어오세요.”

 가장 나이 어린 요한이 일어나 자리를 준비했다. 두 사람은 그제야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빌립은 기분이 좋아 보였지만, 다른 한 사람은 어딘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빌립, 여긴 어떻게 알고 왔나?”

 동생 안드레가 물었다.

 “아침에 여기 계신 예수님을 만났었네.”

 빌립이 들려준 이야기는 이랬다. 빌립이 아침 일찍 한적한 곳에 나가서 기도하려는데, 마침 그곳에 먼저 와 계시던 예수님을 만났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빌립 역시 자신들처럼 그분의 모든 것에 감명받았는데, 그때 예수님이 ‘나를 따라오너라’ 하고 말하셨고, 빌립은 그렇게 따라오다가 나다나엘이 생각나서 중간에 그에게 소식을 전하러 갔다고 한다. 빌립은 나다나엘에게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분을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다’라고 말했는데, 나다나엘은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겠냐며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에 빌립이 와 보라고 말하고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이었다. 아마도 지금 나다나엘의 심정은 자신이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와 똑같을 것이다. 굉장히 당황스럽겠지? 하하하. 나 역시 그랬다오.

 이제껏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예수님이 입을 열어 말씀하셨다.

 “보라, 이는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도다.”

 “어떻게 나를 아십니까?”

 나다나엘은 여전히 미심쩍은 얼굴이었다.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 있을 때에 보았노라.”

 “네?”

 오늘 두 번째로 본, 굉장히 놀란 표정이다. 나다나엘이 왜 저렇게 놀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에게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었다는 말이 어떤 큰 의미가 있음이 분명했다. 나다나엘은 얼마간 놀란 채로 있다가 갑자기 예수님의 손을 잡았다.

 “랍비여,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시오, 당신은 이스라엘의 임금이십니다.”

 뭘까?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토록 놀라는 것일까?

 “내가 너를 무화과나무 아래서 보았다 하므로 믿느냐? 이보다 더 큰 일을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사자들이 인자 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어진 그분의 말씀은 상상조차 못 한 내용이었다. 자신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이스라엘을 독립시켜 줄 왕이신 메시야이다. 동생과 자신이 이분을 메시야라 인정하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인데, 이분은 더 많은 것을 말씀하고 계신다. 도대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아직은 아무것도 깨달을 수 없는 베드로였다.

이 이야기에서 인용된 요한복음 1:35-51절은 개역한글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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