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

물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과 세례요한이 마주보고 있고, 성령이 비둘기처럼 날아오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이 요단강에 내려와 부딪친다. 반짝거리는 강물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사람의 모습. 자신의 제자들이 그사이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사람들의 회개 여부를 확인하고 세례 순서를 정해주는 것이다.

 자신이 요단강에 나와 의와 경건을 강조하면서 회개를 선포하고, 세례를 준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스스로의 죄를 회개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언젠가는 바리새파 사람들과 사두개파 사람들이 찾아온 적이 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거룩한 삶을 산다고 자부하며 회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죄가 없을 수 있겠는가? 자기 죄를 깨닫지 못하는 그런 사람들은 앞으로 다가올 말세에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경건하게 보이나, 경건함의 능력은 부인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자들은 자기를 사랑하고, 돈을 사랑하고, 뽐내고, 교만하고, 하나님을 모독하고,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고, 감사할 줄 모르고, 불경스럽고, 무정하고, 원한을 풀지 않고, 비방하고, 절제가 없고, 난폭하고, 선을 좋아하지 않고, 배신하고, 무모하고, 자만하고, 하나님보다 쾌락을 더 사랑한다. 이들은 정욕에 이끌려 지은 죄에 짓눌려 있고, 늘 배우기는 하지만 진리를 깨닫는 데에는 이를 수 없다. 자신들이 옳다 생각하며 진리를 배반하니,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설 수 없다. 하나님을 떠난 저런 사람들 때문에 자신이 보내진 것이다. 죄 사함을 받아서 구원을 얻는 지식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사명이니, 어찌 외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임박한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고 생각지 말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이 능히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리라.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어 불에 던지우리라.”

 자신의 말을 들은 대부분의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은 그대로 발길을 돌려 돌아갔다. 그들은 자기가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은 도리어 질문을 했다. 

 “그러하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

 그래서 대답해 주었다.

 “옷 두 벌이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

 세리들도 물었다. 

 “선생이여,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정한 세 외에는 거두지 말라.”

 군인들도 물었다.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사람에게 강제로 빼앗지 말며, 거짓 고소를 하지 말고, 받는 급료로 족한 줄로 알라.”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스스로의 죄를 회개하고, 요단강에 들어와 세례를 받았다. 이 세례를 통해 그들은 오실 메시야를 준비하는 백성이 될 것이다. 


*  *  *


 “너는 누구냐? 그리스도냐?”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 요한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사람들과 제자들의 시선 역시 요한에게 고정되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우리는 제사장과 레위 지파 사람들로, 바리새파에 속한 자들도 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러면, 너는 엘리야냐?” 

 “아니다.”

 “너는 그 선지자냐?” 

 “아니다.”

 “그러면, 너는 누구냐?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대답할 수 있게 하라. 너는 자신에 대하여 무엇이라 말하는가?”

 “나는 선지자 이사야의 말과 같이,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다.”

 “네가 만일 그리스도도 아니요, 엘리야도 아니요, 그 선지자도 아니면, 어찌하여 세례를 주느냐?”

 “나는 물로 세례를 주지만, 너희 가운데 너희가 알지 못하는 한 사람이 섰으니, 곧 내 뒤에 오시는 그분이라. 나는 그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실 것이요, 손에 키를 들고 자기의 타작마당을 정하게 하사, 알곡은 모아 곡간에 들이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우시리라.”


*  *  *


 하루가 지났다. 자신이 메시야, 곧 그리스도가 아니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는데, 하나는 자신의 말을 믿고, 다른 메시야를 기다리는 사람, 또 다른 하나는 여전히 자신을 메시야로 믿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말을 믿은 사람 중엔 메시야를 찾아가는 사람도 있고, 자신 곁에서 메시야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강가에서 사람들의 줄을 세우고 있는 안드레가 이 마지막 부류의 제자였다. 

 안드레는 갈릴리의 벳새다 출신인데, 자신의 제자가 되기 전에는 형인 시몬과 함께 갈릴리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형이 결혼하여 가버나움으로 이사를 갈 때, 그도 함께 따라갔다고 하는데, 그러다 자신의 소문을 듣고 찾아와 제자가 된 것이었다. 

 그는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신앙심이 깊고 메시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는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자기가 드러나는 것은 싫어했는데, 이런 모습은 남을 배려하는 그의 성격과 맞물려 여러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신 역시 그런 이유로 안드레를 좋게 보았고, 종종 그와 함께 있기도 했다. 보통 남을 배려하는 성격의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는 경우가 많은데, 안드레에게도 그런 모습이 조금 있었다. 그는 여러 사람 앞에서 크게 외치기보다는 한 두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평소에 좋은 관계를 맺어온 그이기에 사람들은 그의 이야기를 신뢰하는 편이었다.

 요한은 안드레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신 앞에 나아온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 앞에서 진심으로 회개했다. 요한은 그의 온몸을 물속에 잠기게 하여 세례를 주었다. 이렇게 지금까지 세례를 준 사람은 이미 셀 수 없이 많았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요단강 부근의 사람들이 전부 다 나온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세례를 준 요한이었다.

 세례를 받은 사람이 물 밖으로 나가는 동안, 요한은 피곤한 듯 온몸을 움직여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었다. 특히 목의 근육이 단단히 굳어 있었는데, 얼마나 단단한지 손으로 주물러도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요한은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목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좌우로 돌리고, 뒤로 젖혔다. 그 자세 그대로 잠시 동안 있던 요한은 눈을 떴다. 그의 눈앞에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요한은 갑자기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닫히고, 귀가 막힌 사람들에게 회개를 선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부모님께서 삶으로 양육해 주지 않으셨다면, 자신은 중도에 포기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요한은 지금, 이 순간 저 하늘나라에 계실 부모님이 보고 싶어졌다. 부모님이 전해주신 사명을 위해 이렇게 온 힘을 다해 노력하는 자신을 보고 그분들은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

 바로 그때, 다음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한은 고개를 내려 그를 보았다. 미소를 짓고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따스한 눈빛. 잘 생기진 않았지만, 왠지 모를 평안과 온화함이 느껴지는 얼굴. 그는 단정한 옷을 입고 자신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문득 이사야 선지자의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의 전한 것을 누가 믿었느냐? 여호와의 팔이 누구에게 나타났느냐?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의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도다.”

 순간 요한의 마음에 강한 확신이 생겼다. 이 사람이다. 이분이 메시야이시다.

 요한이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셨습니까?”

 “이제 허락하십시오. 우리가 이와 같이 하여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합당합니다.”

 만류하던 요한은 그제야 허락하고, 그의 온몸을 물속에 넣었다. 투명한 강물 속에 그의 얼굴이 비쳐 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말씀하신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이 바로 이분이다. 이 순간을 위해 자신은 평생을 견뎌왔다. 요한은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리며, 그날들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금 물속에 있는 이 분을 만나기 위해 자신은 그 모든 시간을 견뎌야만 했던 것이다.

 물속에 잠기었던 그가 물 밖으로 나올 때, 하나님의 영이 비둘기 같이 내려와 그의 위로 날아왔다.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시내 산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직접 말씀하실 때처럼 천둥소리와 같이 들려온 소리. 그러나 동시에 크고 강한 바람과 지진, 불 이후에 엘리야에게 들려주신 말씀처럼 부드럽고 조용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모두에게 들렸지만, 그 소리의 의미를 이해한 사람은 오직 요한뿐이었다. 요한이 큰 기쁨에 차서 소리 높여 외쳤다.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는 사람이 있는데, 나보다 앞선 것은 그가 나보다 먼저 계심이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 나도 그를 알지 못하였으나,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주는 것은, 그를 이스라엘에게 나타내려 함이라. 내가 보매 성령이 비둘기같이 하늘로서 내려와서 그의 위에 머물렀더라. 나도 그를 알지 못하였으나 나를 보내어 물로 세례를 주라 하신 그이가 나에게 말씀하시되, 성령이 내려서 누구 위에든지 머무는 것을 보거든, 그가 곧 성령으로 세례를 주는 이인 줄 알라 하셨기에, 내가 보고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증거하였노라.”

 요한은 자신의 사명을 완성했다. 그는 스스로 빛이 될 사람이 아니라, 빛을 전하러 온 사람이었다. 그는 이사야 선지자가 전한대로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였다.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가로되, 너희는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의 길을 평탄케 하라.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세례 요한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물에서 나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값싼 옷을 입고, 물에 젖어 볼품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저런 사람이? 사람들의 마음에 실망감이 감돌았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외모, 아니 어쩌면 더 별로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그에게는 고운 모양도 없고, 훌륭한 풍채도 없다. 요한은 왜 저런 사람에 대해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라 말했을까? 사람들은 도저히 요한의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 사이 그는 사람들의 사이를 가르며 지나갔다. 그는 사람들의 생각을 모두 알 수 있었지만,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이것 또한 그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었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은 서른쯤 되는 해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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