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네파

저자의 글

 에세네파는 성경에서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유대교의 한 분파입니다. 이들은 유대 독립을 위해 하스모니안 가문과 함께 싸운 하시딤의 후손인데, 독립 이후의 왕들이 대제사장을 사독 가문의 사람들에게 넘겨주지 않고, 자기들이 두 가지 직분을 모두 차지하려는 것에 반발했다가 탄압을 받아 광야로 떠난 사람들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런 탄생 과정으로 인해 이들은 적법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제사장으로 있는 성전 제사를 거부했고, 자신들만의 정결 의식으로 하나님 앞에서의 거룩함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이들의 신학적인 성격은 바리새인들과 비슷한데, 좀 더 묵시적이고 종말론적인 성향이 강합니다. 이들은 환락을 악으로 간주했고, 감정의 절제와 금욕을 덕으로 여겼으며, 다른 어떤 종파보다 더 열심히 의를 추구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남은 자들, 경건한 사람들, 빛의 자녀들이라 부르며, 종말 때에 있을 어둠의 자녀들과의 전쟁에 대비해 정결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대부분의 에세네파는 부를 경멸하여, 광야에서 사유재산 없이 공동체 생활을 했지만, 일부는 도시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도시에 사는 에세네파는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이 오면 순식간에 친해지고, 자신의 재산을 그들의 재산인 것처럼 나누었는데, 이들이 거주하는 도시마다 나그네들을 위한 의복과 생필품을 제공하는 사람이 한 명씩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의 일상생활은 예배, 기도, 율법 연구, 독서, 공동 식사, 제의적 목욕 등으로 이루어졌는데, 시간 대부분을 농사일에 몰두하며 철저한 금욕 생활을 했습니다. 다만 에세네파에도 여러 집단이 있어서 결혼뿐 아니라 성관계까지 거부한 쪽이 있는 반면, 일부를 허용하는 공동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허용도 아이를 낳기 위한 의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환락을 얻기 위해 결혼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처럼 이후로는 아내와 동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쪽에서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남자인 경우도 있었는데, 새로운 사람을 받거나, 입양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해 나갔습니다.

 이들은 철저하게 율법을 지켰는데, 그래서인지 하나님 다음으로, 율법의 수여자인 모세를 존경해서 누구라도 모세를 비방하면 사형을 당했습니다, 이들은 안식일 역시 다른 어떤 종파보다 엄격하게 지켰는데, 안식일에는 불도 지피지 않았고, 그릇조차 원래 있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들은 안식일이 아닌 다른 날에 작은 구덩이를 파고, 안식일이 되면 몸을 옷으로 감싼 다음 구덩이에 누워, 파낸 흙을 몸에 덮고 하루 종일 누워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공동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년간의 수습 기간이 필요했는데, 첫 1년 동안은 에세네파와 동일하게 금욕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고, 성품을 시험하는 나머지 2년의 시련까지 합격해야만 비로소 에세네파의 일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 통과한 다음, 엄숙한 서약을 한 이후에야 가입이 허락되었는데, 가입 이후에는 공동체의 모든 규율을 준수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에세네파는 헤롯왕의 충성 맹세에서도 면제될 정도로 당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이것은 그들이 서로 돕고 살며, 의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당시 이런 삶을 살던 에세네파는 사천 명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이들은 로마에 의해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는 AD 70년을 전후해서 세상에서 사라졌고, 이후로 이들의 가르침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당시 유대교의 주요 분파 대부분이 사라졌는데, 유일하게 남은 분파가 바리새인, 그중에서도 힐렐 학파에 속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때문에 현대의 유대교는 당시 살아남은 바리새파 중 힐렐 학파 랍비들을 기원으로 한 종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라졌던 에세네파는 유대인인 요세푸스와 필론의 기록, 그리고 로마의 플리니우스의 기록으로 어느 정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1947년 사해 부근의 동굴에서 사해 문서들이 발견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례 요한 역시 에세네파에 속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지만, 반론도 있으므로 일단 이 이야기에서는 서로 친분이 있었다는 선에서 내용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Post a Comment

Next Post Previou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