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들레헴에서의 거주 기간

저자의 글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사복음서 중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서 나옵니다. 마태복음의 경우 동방박사의 방문과 그에 따른 헤롯왕의 유아 학살 내용이 나오고, 누가복음에서는 천사의 말을 듣고 찾아온 목자들의 내용이 나옵니다.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은 경우에는 이 모든 사건이 같은 날 일어난 것처럼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최소한 40일 이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본문에서도 나왔듯이, 남자아이의 경우 태어난 지 8일째에 할례를 하고, 40일째가 되면 산모의 정결례를 해야 합니다. 장남의 경우 속전까지 드려야 하는데, 누가복음에는 이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학자들은 베들레헴에서 요셉과 마리아, 그리고 아기 예수님이 최소 40일에서 2년 이상 거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2년은 헤롯왕의 명령인 두 살 이하의 아이를 죽이라는 내용에 근거한 것입니다. 

 천사가 목자들에게 나타난 그날 예수님이 태어났고(눅 2:11), 헤롯왕이 병사들을 보내어 유아 학살을 명한 날,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데리고 이집트 땅으로 도망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본문에서는 이 날을 정결례를 행한 다음 날인 41일째로 가정하여 내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40이란 숫자는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본문에서도 그에 맞추어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와 같이 제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을 근거로 한 소설에 불과하니까요.

 베들레헴의 또 다른 여행자인 소년과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성경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 존재들이지만, 당시 상황을 또 다른 시각에서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등장인물들입니다. 때문에 성경에 없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기보다, 그들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자들의 이야기도 비슷한 관점으로 보시면 될 것 같은데, 이 목자들은 성경에 실제로 등장하지만, 이후로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천사를 목격하고, 아기 예수님께 경배까지 한 그들이라면 정결례가 행해지는 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더 어색해 이 기간 사이의 역할을 그들에게 주어보았습니다.

 목자와 관련하여서는 추가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가져왔는데, 목자와 아내의 만남 과정은 알퐁스 도데의 ‘별’의 전개 과정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야기를 꾸며 보았습니다. 목자의 할아버지에게는 예수님의 이미지를 덧씌워 보았고, 그들이 어릴 때 있었던 안티고누스의 반란이나 엠마오를 비롯한 여러 도시의 주민 전부가 노예로 팔려 가는 등의 이야기는 모두 실제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또한 앞으로 전개될 부분에서 나올 이야기들 역시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헤롯왕 사후에 있었던 목자 아트롱게스의 반란과 같은 사건들 역시 실제 일어난 일이니 이 점을 참고하시면서 읽으신다면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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