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구약 중간시대

저자의 글

 구약 성경의 마지막을 기록한 말라기 선지자 이후, 신약 시대까지의 약 400년을 신구약 중간시대라 부르는데, 이 시기에 기록된 정경이 없기 때문에 기독교인들 중에는 이 시대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알더라도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무 말씀도 전해주지 않으신 때이니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하나님께서 침묵하고 계신 이 때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이 방치된 시기일까요? 

 성경을 돌이켜 보면, 야곱의 가족이 이집트에 정착한 이후, 약 400년이 흐른 뒤에 출애굽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성경에는 이 사이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는 기록이 없지만, 이 시기를 통해 야곱의 가정은 이스라엘이라는 하나의 민족으로 성장했고, 이들의 후손으로 나중에 예수님이 육신을 입고 오시게 됩니다. 성경에 기록될 내용이 거의 없는 이 시기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록하여 전하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해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이루고, 온 인류에게 복음을 전할 첫 번째 제자들이 키워질 민족으로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였던 것입니다.

 

말라기 선지자 이후의 약 400년 동안에도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기간에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맞이하고, 믿게 될 이방인들의 마음 밭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전의 400년은 이스라엘 민족이 준비되는 기간이었다면, 이후의 400년은 그리스도인들이 준비되는 기간이라 말할 수 있는데, 이제부터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기에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 대왕은 그리스 세계를 통일한 후, 페르시아(바사)를 무너뜨리고, 그리스와 이집트에서 인더스강까지 이르는 광대한 땅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32살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의 사후 여러 명의 후계자들(디아도코이)이 제국을 분할해서 다스리게 됩니다. 이들은 몇 번의 전투 후 네 개의 왕국으로 나뉘었다가, 최종적으로 마케도니아의 안티고노스 왕조, 아시아의 셀레우코스 왕조,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로 확정됩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지역을 다스리고 있었지만, 지배층은 그리스 출신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들을 통칭하여 헬레니즘 제국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과정은 다니엘서 8장에 예언되어 있는데, 이 세 왕국 중 이스라엘 지역은 처음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나중엔 셀레우코스 왕조가 다스리게 됩니다. 이들이 다니엘서 11장에 기록된 남방 왕과 북방 왕의 정체입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창시자인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수많은 유대인을 포로로 끌고 갔는데, 그의 아들인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즉위 했을 때, 이들은 자유를 얻게 됩니다. 이에 수도였던 알렉산드리아의 인구는 예수님이 태어날 시점에 전체 삼분의 일을 유대인이 차지할 정도로 디아스포라 유대인의 대표적인 도시가 됩니다.

 또한 프톨레마이오스 2세는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 히브리어 율법 번역본을 소장하길 원했는데, 이를 위해 이스라엘 각 지파에서 6명씩 총 72명을 지원받아, 역사상 처음으로 성경 번역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헬라어(그리스어) 성경이 바로 ‘칠십인역’인데, 최초에는 모세오경만 번역되었다가, 이후 100여년의 기간 동안 모든 구약 성경이 다 번역되게 됩니다. 

 헬레니즘 세계는 기본적으로 헬라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칠십인역 성경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뿐 아니라, 이방인들에게까지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를 읽고 많은 이방인들이 하나님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할례를 받고 유대교로 개종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또한 개종은 안 했지만, 신약에서 종종 등장하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이 이 과정을 통해 생겨나는데, 이들 중에서 사도들의 복음 전파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데까지 이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8장에서 에티오피아 내시가 읽고 있던 이사야의 글이 바로 이 칠십인역 성경인데, 하나님은 빌립을 보내셔서 그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고,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에 이르게 하십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이 침묵하시는 것과 같았던 이 신구약 중간기는 유대인에게는 고난의 시간이었지만, 이방인에게는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밭이 생기는 시기였습니다. 하나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신 것이 아니라, 인류의 구원을 위해 꾸준히 일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의 삶 속에서 지금 당장 하나님이 보이지 않고, 침묵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가 있을지라도, 하나님은 결코 가만히 계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또 다른 누군가의 구원을 위해 알게 모르게 역사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이러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다면, 우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이 느껴지지 않는 힘든 시기가 올 지라도, 믿음으로 인내하며,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이야기는 이런 하나님의 마음과 사랑을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어서 쓰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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